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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산수 어우러진 ‘無爲 공간’

[한국의 정원] 산수 어우러진 ‘無爲 공간’
허균 지음
출판: 다른세상

한국의 정원은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정원과는 겉으로는 비슷해보인다. 하지만 양파껍질을 벗기듯 한겹 한겹 벗겨내다보면 한국의 정원은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한국인의 미의식과 생활철학을 탐색해온 전통문화연구가 허균씨의 ‘한국의 정원’(다른세상)은 바로 이같은 차이점에서 출발해 한국 정원이 갖는 우수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책이다. 출판사측은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의 요약본을 영문으로 번역해 책말미에 수록,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우리의 전통 정원은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이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정원은 석가산을 쌓고 태호석으로 바위풍경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의 인위적인 공간이 주를 이룬다. 소주의 졸정원과 성도의 두보초당이 대표적인데, 다양한 조원 수법에 의해 감상의 묘미를 극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또 일본의 정원은 연못 속에 여러 개의 작은 섬을 배치해 소나무를 심고 못가에 소금 굽는 연기를 솟아오르게 하여 안개를 대신하거나 자연석을 활용할 때도 완벽한 구도를 추구한다. 말하자면 일본의 정원에서는 각종 석물이나 연못, 다리 등 인공물은 물론, 나무 등 자연물에도 인간의 체취가 강하게 배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원을 조성할 때에도 자연경관을 주(主)로 삼고 인공경관을 종(從)으로 삼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자연주의 사상에 따라 한국의 정원에는 가급적 인간의 손길을 배제하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우리나라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산수정원. 말 그대로 산수간에 위치한 정원을 말하는데, 정자는 울타리안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산수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자연합일의 사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