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도예문화는 대단히 광범위한 영역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장르로서의「도예」는 사실 그리 다양하거나 광범위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도예가 器物 중심에서 벗어나 오브제로까지 확장되는 모종의 역사적.구조적 변화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도예가 가지는 그 폭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오늘의 도예가 고대나 중세에 건축과의 밀접한 컨텍스트 혹은 정체성을 상실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이미 지나치게 전문화로 치닫고 있는 문화현상에 비추어볼 때 건축과 도예의 유기적인 교류와 협동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물론 80년대 후반부터 도예계 내에서 건축 및 환경적 모티브로 많은 실험과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실험과 시도가 기존의 도예 범주를 벗어나 산업 전반과의 밀접한 교류와 협동이 없었기에,생산성은 말할 것도 없고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까닭에 예술성 조차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러한 실험과 시도는 현저히 감소되고 위축되어 있다.

산업계와 도예계가 기밀하게 협력하여 보다 폭넓은 흙의 문화예술 수준과 저변을 확장시켜 나가야하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즈음,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일구기 위해 법적으로도 예술작품 설치가 장려되고 의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실로 아름다운 건축을 위해 도예가 해야 할 몫과 역할이 적지 않음을 감안할 때, 전문성 있는 작가의 배출과 협동 프로젝트의 능력을 갖춘 작가들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건축에 필요한 도예작업은 주로 유니트들이 어울려 보여주는 율동적이고 환상적인 벽의 장식과 연출이 주요 모티브다.정교하고도 가지런한 유니트들이 기하적인 작업에서 보듯 도벽은 건축과 조화되어 건축의 최종 완성이자 또 다른 탄생인 것이다.

도벽의 부조 작업은 벽의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공간해석을 하게 될 모뉴먼트이다. 기본적으로 벽화작업이 부조든 혹은 입체든,보통 기교라 할 만한 요소는 오히려 기술적인 고난도의 성형과 소성에 집중된 재료의 이해와 체험에 있다.

작가는 어떤 조형적 완성에 이르기 전 재료와의 접촉과 경험을 통하여 작품의 형상을 통해 얻으려는 만족의 상당부분을 보상적으로 획득했는지도 모른다. 상당수의 도작가들이 어떤 몰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수다스러움은 멀리하고,과묵하고 담백한 무기교의 소박미를 추구했던 것도 어쩌면 이러한 재료와의 관계에 기인하는 지도 모른다.

『건축물은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큰 용기이다』라는 고전적 명제는 구축적 공간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통하는 데가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도예는 조각이나 회화 못지 않게 건축에도 가까웠던 것이며, 공간적 성격으로 보면 건축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대이래 도예가 건축과의 관련을 볼 때 단순히 장식적인 차원에서만 결합된 것은 아닐 것이다. 고대사회를 지배한 주술이나 신탁과도 연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작가가 우연히 어느 공간에다 그의 흙 작업을 설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지는 무의식적 혹은 심층적 의의가 의외로 강하게 환기됨을 우리의 문화유적 여러 곳에서 경험한 바 있다.

콘크리트와 유리는 그것이 결국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련을 단절시키는데 반해, 흙은 지속 내지는 새로운 관계로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다. 원초적인 어떤 의식과 충동의 상당 부분을 바로 그 흙에서 환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