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아파트 마이너스 옵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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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아파트 마이너스 옵션제

3000가구 분양단지에 달랑 1가구만 선택..

건설사 `끼워 팔기` 개별품목 선택 막아..

추가 비용 더들어 분양가 인하효과 없어

인천 청라지구 H아파트에 다음달 입주하는 김민정 씨(가명)는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저렴하긴 했지만 내부 마감재가 기대에 못 미쳐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드레스룸과 가족실을 꾸미는 데 400만원, 거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데 30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도배ㆍ철거 비용을 더하면 200만원이 더 든다. 김씨는 "새 집을 고치는 데 1000만원이나 써야 한다"며 "계약할 때 망설였지만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발코니 확장공사까지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고 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낮추고 입주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마이너스 옵션제가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은 시공업체가 기본 품목만 설치하고 입주자가 사용검사 완료, 잔금 납부 이후에 필요한 품목을 개별 시공하는 제도다. 기본 설비를 제외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만큼 분양가를 낮추고 취득ㆍ등록세까지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발코니 확장도 해줄 수 없다`며 실제로는 계약자들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데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다 해도 추가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청약을 받은 수원 SK스카이뷰는 현재 3000가구 이상이 분양 계약을 체결했지만 마이너스 옵션제를 선택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사람이 인테리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3.3㎡당 65만원 정도 분양가가 낮아지지만 개인이 따로 부족한 설비를 설치하려면 자재를 대량 구매하는 시공사에 비해 오히려 비용이 더 들 가능성이 높다.

2009년 5월 청약을 받은 청라지구 한화꿈에그린 역시 총 1171가구 중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가구는 단 1가구에 불과했다. 2007년 7월 청약을 받은 인천 논현지구 한화에코메트로 2차도 계약자 3300명 가운데 3%에 불과한 9가구만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개인이 별도로 시공하면 1.5~2배가량 비용이 더 들고 입주 때까지 공사를 마치기도 어려워 마이너스 옵션을 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분양가 인하 효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옵션을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건설사의 끼워팔기다.

일부 건설사들은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발코니 확장(건설사 자체 시공)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입주자모집 공고에 명시하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발코니 확장 역시 무조건 외부에 맡겨야 한다는 조건이다.

발코니 확장을 외부에 맡기면 입주 후 관리사무소와 난방 부담금 등을 별도로 협의해야 하며 확실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시공업체는 기본 품목만 설치하고 입주자가 필요한 품목을 개별 시공해야 한다. 기본 품목은 주방은 후드와 상부장 한 칸, 조명은 배선기구 정도다. 벽 천장에는 초배지 또는 석고보드 마감 정도만 해준다. 욕실은 방수, 미장, 전기배관만 해주고 욕조ㆍ세면대ㆍ변기 등은 없다. 바닥은 콘크리트 상태로 제공된다.

마이너스 옵션 대상은 가구, 바닥재, 벽ㆍ천장 마감, 주방가구ㆍ기구, 창호, 욕실 등 7개 품목인데 이 품목 가운데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는 없다.

모두 선택하거나 전부 선택하지 않는 방식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스 옵션을 포기하고 입주 전 마감재를 뜯고 부분 공사를 하는 상황이다. 버려지는 자재나 공사비 대비 0.2% 수준인 폐기 비용을 생각하면 국가적 자원 낭비다.

마이너스 옵션을 세분화해 벽지, 욕조, 싱크대 등 원하는 것만 선택할 수 있다면 마이너스 옵션이 활성화할 수 있고, 분양받은 후에 아파트를 모두 뜯어내 인테리어 재공사를 하는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토해양부는 마땅한 개선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장재원 국토부 주택정책과 사무관은 "마이너스 옵션은 일정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전체 가격을 맞추라고 의무화한 제도기 때문에 개별 품목을 넣거나 뺄 수 없는 구조"라며 "발코니 확장 문제는 사업자와 입주자가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마이너스 옵션 = 아파트 계약 시 입주자가 기본 선택 품목(가구, 주방가구, 벽지, 창호 등)을 제외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7년 9월 1일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해당되는 아파트에 적용된다.

[이은아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