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 예

공예는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실용성과 예술성의 가치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2. 공예란?

공예는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실용성과 예술성의 가치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공예’ 란 말은 미술 또는 조형 예술의 한 부문으로 순수 미술로부터 구별하기 위해 19세기 중반부터 일반화되어 쓰인 용어이다. art 또는 fine art가 미술이라고 번역되었을 때, ‘craft"또는 ’technology"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말이 공예로 번역되어 쓰여 지기 시작했다. 오래 전 ‘공예’란 말에는 글씨를 쓰거나 셈을 한다, 활을 쏘거나 말을 달린다, 그림을 그리거나 기물을 만든다, 바둑을 두거나 도박을 한다는 뜻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한자 ‘工藝’라는 말의 원 뜻은 지금의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어떤 기술로 물건을 잘 만들거나 훌륭한 솜씨로 도구나 기물을 만드는 것을 공예의 일부라 생각하였다.

회화나 조각의 순수성을 강조하다 보니 공예에는 미(美)이외의 사용 목적(실용성)이 있다는 불순성을 지녔다 하여, 다른 조형 예술에 비하여 천하고 열등하게 생각되어졌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그 쓰임에 충실하며 미적 여운을 주는 멋을 지닌 공예는 생활 속의 美로 자리 잡아 우리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 주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공예의 성질을 실용성, 반복성, 저렴성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질이 결여된 공예는 진정한 의미의 공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1)실용성 - 공예는 실용 공예라야 한다.
공예는 필요에 의해 만드는 물건이다. 무언가가 필요할 때 옛날에는 손수 물건을 만들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 않던 시대에 모든 물건은 수작업에 의해 만들어졌다. 공예는 어디까지나 실용 공예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실용성 때문에 ‘아름답다’라는 말을 붙이기를 주저하게 된다. 오히려 실용성에서 멀어진 귀족적인 공예나 개인적인 공예에 ‘아름답다’라는 말을 붙이며 높은 점수를 준다. 하지만 공예가 아무리 화려할지라도 실용성에서 멀어지는 한 공예로써의 생명은 없어진다. 소박하고 모양이 다소 투박스러워도 실용성, 즉 쓰임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야 공예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예의 생명은 실용성에 있다. 적당한 곳에 적절하게 쓰이는 물건은 빛을 발한다. 사람이 자기의 위치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할 때 아름답듯이 물건도 제 있을 곳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낼 때 아름답다. 예를 들어 같은 숟가락이라 할지라도 그 쓰임에 따라 모양과 크기를 달리한다. 밥을 먹을 때 쓰는 숟가락과 차를 마실 때 쓰는 숟가락은 용도에 따라 그 크기와 모양을 달리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용적인 물건이 주목을 받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가장 실용적인 물건은 가장 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것은 주목받기 힘들다. 실용적인 것 일수록 흔하고 평범하므로 검소하다. 모양이 화려하면 오히려 쓰임에 장애가 된다.
공예의 본성이 그 쓰임에 있으므로 공예적인 것의 아름다움도 그 ‘쓰임’을 떠날 수가 없다. 생활과 접촉해서 나타나는 아름다움, 그것이 공예미이다. 생활을 풍부하게 하고 훈훈하게 하고 윤택하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 거기에 공예의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다.
따라서 공예는 생활 공예이다. 공예의 아름다움은 생활에 밀착하는 데에서 비로소 발생한다. 쓰임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쓰임에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한다.
건실한 품질, 안정된 형체, 변하지 않는 빛깔-이런 요소가 모두 쓰임이 요구하는 덕성이다. 그러므로 공예의 아름다움은 쓰임과 관련하는 데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2)반복성 - 공예는 필요에 의해 만든다.
공예는 필요에 의해 만든다. 일상생활에 소용되는 물건은 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다. 그릇, 반짇고리, 장롱 등의 물건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그 쓰임 또한 같다. 예로부터 기물을 가리켜 집기라고 불렀다. 집가(什家), 집물(什物), 집구(什具)라고 한다. ‘집(什)’이란 ‘열 십’ 또는 ‘물건 집’이라는 뜻이다. 수효의 뜻과 물건이라는 뜻이 합쳐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물건이라는 뜻이다.

<오제기(五帝記)>의 주(註)에 ‘집물 상용자 기수비일 고왈집(什物 常用者 其數非一 故曰什)’ 이라는 말이 있다. 늘 사용하는 것을 집물이라 하는데, 그 수효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기 때문에 ‘집(什)’ 이라 한다는 뜻이다. 실용을 목적으로 하는 공예의 성질을 간결하게 지적한 말이라 하겠다. 도자기는 손으로도 만든다. 그러다가 물건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하는 반복성의 요구에 따라 녹로가 고안되었다. 베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사람의 손만으로 포목을 짰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손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베틀이 고안 되었다.
베틀은 뛰어난 반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반복성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 내는 수단일 뿐 아니라 ,그 공예품의 형태나 규격을 바로 잡아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요인이 되었다. 미술에만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이다. 미술은 개인적 가치이고, 그 희귀성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공예의 다량성은 사회적 가치와 통하며 아름다운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는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움은 소수의 작품뿐만 아니라 생활의 맛이 온전히 배어있는 다수의 물건에 표현되어져야 한다. 이미 수많은 물건에는 쓰임새에 어울리는 그에 알맞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것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생활 공예 속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우리의 생활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3)저렴성 - 공예는 저렴해야 한다.
공예는 경제적 문제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값이 비싸다면 아무리 좋은 공예품이라 할지라도 실용적이 될 수 없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공예는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저렴한 물건은 소박하다. ‘소박’한 아름다움은 공예가 지닌 덕성이다. 값비싼 호사스런 물건은 다루기 어렵고 실용적이지 못하다. ‘소박’함은 사람에 있어서도 미덕이다. 외양에서 있어 일단 부담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는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이것은 공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박한 물건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공예가 소박하다는 것은 이미 공예품 스스로가 마음을 열어 놓은 상태이다. 공예가 꾸밈없는 모습을 드러낼 때, 이것은 가식 없는 사람과 대면하는 것과 같다. 공예와 사람 간에 가식 없는 대화가 이루어질 때 그 공예는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간소한 성질이야말로 그 물건을 진실하게 하고 건전하게 한다. 따라서 물건은 간소해야 하며 간소하면 할수록 값은 저렴해진다. 다시 말하면 평이(平易)와 평범이 공예의 본질적인 성격이다. 저렴한 물건은 보통 물건이다. ‘보통성’이야 말로 우리를 온갖 꾸밈이나 의식의 과장에서 보호해 준다. 평상심을 유지시켜 준다.
<신심명(信心銘 >에 ‘삼가 조작을 하지 말아라’라는 말이 있다. 소박한 물건은 조작을 하지 않는다. 옛날 다인들은 고려 찻잔을 사랑했다.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고려 찻잔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꾸밈없는 아름다움에 무한한 애정과 정취를 느꼈다. 고려 찻잔에는 인위적인, 꾸미거나 조작한 아름다움이 없다. 내면의식이 자유롭게 표출되어 있을 뿐이다.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은 의식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 없이 용도에 충실한 물건을 만들고자 할 때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쓰임을 최대한 고려하여 외양적 사치를 부리지 않을 때 비로소 물건은 그 가치를 다함과 동시에 아름다움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간소한 공예품이 많아질 때 가격은 저렴해지고 그 저렴성에 의해 쓰임은 활발해진다.

글:정지현(http://blog.naver.com/cupman21/40002600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