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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에 대한 미묘한 관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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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보소식지
정보를 모르면 먹지도 마라! 문화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처럼 따끈따끈한 환경미술 문화계 이야기들입니다.!
이곳에 게재된 상당수 글목록은 웹상에서 수집되거나 회원 등록된 것으로 만약 ☞저작권상의 문제가 있는 자료는 연락주시면 즉시 삭제토록하겠습니다.
ㆍ작성자 박순관
ㆍ작성일 2003-03-30 12:09
ㆍ추천: 0  ㆍ조회: 2294      
다기에 대한 미묘한 관계들
* 이 글은 <작다모>란 차인회의 잡지(비매품)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저는 1976년부터 도자기를
시작하면서 곧바로 차를 마셨고 지금도 아주 좋아합니다. 이 글은 차인들이 도자기에 대하여 잘
못 이해하고 있거나 궁금한 점들을 써 달라는 요구에 의하여 쓴 글이나 역시 차도구를 만드는 도
예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조언해 주실 분들은 제 홈페이지를 방
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짓는 젊은이 "

--------------  다기에 대한 미묘한 관계들-------------------------------------------

다인이라면 다구에 대하여 욕심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초기에는 자그마한 것으로 차를 다
루기에 편리하고 색깔이 밝아 차가 우려진 색을 가려내기에 좋으면 우선 합격점을 준다. 그러다
가 여러 가지 차를 다루게 되고 사람이 여럿 모이게 되면 갖가지 크기의 다구가 필요하게 된다. 다
구를 세트로 맞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점차로 각기 특색을 가진 찻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
이다. 사용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고 흙에 따라, 혹은 유약에 따라, 그리고 가마에 따
라 그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몸소 체득할 정도가 되면 차뿐만 아니라 다구를 모으는 습관으로 발
전한다. 어느 누가 좋은 다구를 가지고 있다면 부러워하여 곧바로 달려가고, 결국엔 꼭 가져야만
하는 열정을 보인다.
녹차를 어느 정도 아는가 싶으면 중국차를 접하게 되어 그에 따른 예절과 다구에 대하여 또 다른
공부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말차에 빠지면서부터 찻사발에 대한 상식이 일반적으로 알고있던 도
자기의 세계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갖게되며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도가 발달한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이론적, 시각적 차이도 많아 그들의 이론을
그대로 답습할 수도 없어 결국엔 사용자 자신의 취향과 심미안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필자는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을 도예가로서 차를 마시다보니 여러 다인들, 특히 초보자들
이 겪는 도자기에 대한 의문점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도자기에 대한 오해를 듣기도 한다. 본 글에
서는 그 동안에 느꼈던 다구에 대한 생각을 펼쳐 보이려고 하나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이
고, 아무래도 차보다는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강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길거리 도자기?
한동안 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도자기의 생산이 늘었다가 갑자기 줄다보니 그 많은 도자기들이
값싸게 길거리로 나온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토록 값쌀 수가 있느냐며 도자기에 무
슨 곡절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흙이 다르냐? 소성온도가 다르냐? 심지어는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값싸게 파는 백자들이 독소를 품고 있어서 식기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도 돌았다. 현재도 백자, 청자의 소성온도가 적어도 1250도 이상은 되어야 하
나 그 이하인 1200도까지의 낮은 온도에서 구워 질을 떨어뜨린 것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
다. 이는 소성시간을 줄이고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절대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소
성 온도가 너무 낮으면 유약만 녹아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흙이 제대로 익지 않고 잘 깨지게 된
다. 분청사기에서는 1250도 이상으로 굽는다 해도 흙의 선택이 적당치 않으면 술이나 물이 새기
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것이 상품으로 나온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간혹 청자, 백자까지도 그
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음은 상당히 충격스런 일이다. 일반인들로서야 눈으로 보고 손가락으로
두드려 보아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짧은 시간에 실험해 볼 수도 없는 일이기에 일부 몰지
각한 업자들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색을 내기 위한 안료
옛 청자의 색은 유약에 들어간 약간의 철 성분이 환원소성에 의하여 깊은 청색을 낸 것이다. 지금
은 색을 쉽게 내기 위하여 이미 조합되어진 색 안료를 사용하거나 코발트, 크롬과 같은 단일 안료
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안료는 광물질로서 그 자체로는 인체에 아주 해로운 것이다. 그렇다
고 이러한 안료들을 사용한 청자까지도 유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유약은 장석, 규
석, 석회석 등으로 이루어진 기본 원료에 색을 넣기 위하여 0.02%-1%미만의 소량의 안료가 들어
가 고온에서 구워진 것이다. 이런 상태의 안료가 음식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입술에 닿아 몸으로
들어갈 확률은 없다고 본다. 자연석인 옥이라 해도 그 속에는 크롬으로 인하여 색깔을 띠는 것이
다. 600년 전에 바다에 침몰한 배에서 발견된 청자나, 땅속에서 발굴한 15세기의 백자도 닦아내면
광택을 낼 정도의 내구성을 가진 도자기가 아닌가? 그야말로 매일같이 자동차 배기 가스를 마시
고, 길거리의 먼지를 마시며, 먹거리에 들어간 화학약품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1250도 이상의 고화도 유약에 섞인 소량의 안료를 전부 마셔버리는 양 걱정하는 일은 심한 과민반
응이라 하겠다. 현대도예 작품에서 화려한 색을 내기 위하여 안료의 양을 보통 1%-5% 많게는 1
0%이하로 들어갈 경우라면 다구로 사용하기에 완벽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동을 사용하는 진사 다기일 경우에는 분명 차 맛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진사 그릇에
물고기나 꽃을 넣어보면 수명이 짧다. 커피 애호가들도 진사 잔으로는 맛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이러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아보는 중이다. 그러므로 진사 다기일 경우에는 내부의 유약만
큼은 백자유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없겠다.

도자기에서 문제가 되는 안료는 저화도인 800도에서 구워지는 상회소성용 안료이다. 이것은 재벌
한 도자기 위에 색 안료로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이 인쇄된 도자기용 전사지를 붙여서 800도에 삼
벌 소성하는 것으로 고화도에서 내지 못하는 다채로운 색을 나타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몇 가
지 색을 내는 안료 중에는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것이 저화도로 구워져 유약 자체의
내구성이 약하므로 지워지기도 하고, 산성 식품에 노출되면 조금씩 용해되는 일이다. 이러한 중금
속 가루가 실제로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갈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혹시라도 걱정이 되어서
피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화려한 도자기를 생산할 경우에도 저화도 안료를 음식이 직접 닿지 않
는 그릇의 바깥쪽에만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저화도 안료의 유해성을 방지하기 위하
여 그림을 인쇄한 후에 무해한 푸리트 투명유로 그림을 덮어 씌우는 고급 전사지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전사지에는 간혹 내구성이 더욱 떨어지는 600도의 유리용
안료 전사지를 도자기에 사용하지만 이것은 주로 재떨이나 화기 등 관상용 도자기에 사용한다.

유약의 빙렬과 자기화의 정도
다기에 생기는 빙렬(crack)에 대하여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물론 도자기의 표면에 생기는 빙
렬이 위생적으로 완벽할 리는 없겠다. 요업공학 전문가가 대중 매체에 나와 빙렬 사이에 박테리아
가 서식하느니 위생적이지 못하느니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틀리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빙렬 사이에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을 하여 건강을 해치는지 자못 의심이 가기도 한다. 주
방에서는 아직도 행주와 도마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도자기의 빙렬에 대한 위생성이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인지에 대하여 반문하고 싶다. 위생성에 대한 걱정보다는 빙렬의 아름다움이 주는 맛
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도자기는 흙과 유약의 수축 팽창률의 차이에 따라 빙렬이 생길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 크기
에도 차이가 있다. 가마에서 식으며 생기기 시작하는 빙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진행되며
사용하는 동안 몇 년간에 걸쳐서 진행하기도 한다.
빙렬이 있는 백자나 청자는 찻물이 드는 시간이 몇 년씩 오래 걸리기도 한다. 그에 비하여 분청사
기는 빠르게 물이 든다. 그것은 태토와 유약 사이에 화도가 높은 화장토 층이 있어서 빙렬 사이로
흡수된 찻물을 화장토가 쉽게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화장토 뿐만 아니라 태토의 성분까지도 내화
도가 높은 산청지방의 흙이나 사토 성분이 들어있으면 찻물이 화장토 층을 지나 태토까지 흡수되
므로 이런 경우에는 며칠 내로 찻물이 들것이다. 이처럼 내화도가 높은 흙들은 1250도 이상으로
구워도 자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어느 정도의 흡수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다기들은 사용하면 할수록 찻물이 번져나가며 그릇의 색상 자체를 변하게 하기도
한다. 사용하기 전에는 분명 흰색 일색이었지만 사용하면서 빙렬의 색이 갈색으로 물들다가 속으
로 번지면서 그릇 전체의 색깔까지도 갈색으로 변한다. 몇 년이 지나면 그릇 전체가 검어지기도
한다. 멋있게 보이거나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은 각자의 취향이라 하겠다.

이처럼 흡수성이 아주 강한 그릇들은 처음 사용할 때에 흙 냄새를 뿜기도 하여 거부감을 주는 경
우도 있으므로 다기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겉보기에만 의존하는 초보 다인이라면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만약 마음에 드는 다기가 너무나 흉할 정도로 검게 변해버렸다면, 이를 초벌하는 가마
에 넣어서 찻물을 태우면 다시 새로운 다기가 된다. 음식물이 묻은 분청사기 그릇의 설거지를 미
루었다가 빙렬에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원래의 상태대로 되돌릴
수 있다. 단, 금이 가지 않은 것이라야 한다. 조그만 금이더라도 초벌 시간이 빠르면 더 크게 가서
빼질 수가 있다.

많은 다인들은 위생에 크게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찻물이 드는 도자기를 좋아한
다. 물론 본인이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찻물이 들어가는 상태를 살피는 즐거움과 그에 따른 구력
이 붙어감에 따라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도예가들은 새로운 다기에 미리
물을 들여서 파는 경우가 있다. 송기라고도 하는 소나무 속껍질, 밤송이 껍데기, 보리차, 감 잎, 녹
차, 황토 등에 담그거나 삶기도 한다. 그 재료에 따른 빙렬의 색도 조금씩 다르다. 도자기의 빙렬
에 물을 들이는 역사는 길어서 중국에서는 주로 먹물을 사용했으며 서양에서는 잉크를 칠했다. 하
지만 다기에는 주로 자연 식물을 이용한 것이라서 위생적으로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하겠
다.

빙렬이 있는 다기를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빙렬에 물을 들인 것과 그렇지 않은 그릇의 상태를 확
인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재질, 똑같은 형태의 도자기라 하더라도 물이 들었는가의 여부에 따라
상당한 시각적 차이가 있다. 사용하면서 찻물이 어느 정도 들것인 지, 크랙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
지, 물이 들으면 기물 전체의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아주 두터운 청자 사발의 크랙에 두 가지 색의 물을 들이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 가마
에서 기물을 꺼내자마자 뜨거운 상태에서 차 색과는 다른 색깔을 넣는다. 즉 커다란 크랙에 색깔
이 들어가고 나중에 잘게 생기는 빙렬은 그대로 두어 하얀 크랙을 두거나 혹은 사용하면서 자연스
럽게 찻물이 들도록 하는 방법이다. 나름대로 크랙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방법이라 하겠다.

유약 표면에 빙렬과는 달리 바늘구멍(Pin hole)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구멍에 찻물이 들게되면 크
랙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를 일본 다인들은 '아마모리'라 하여 종이를 바
른 천장에 생긴 빗물의 얼룩자국을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자국도 처음에는 작지만 세월
이 지남에 따라 동그라미가 점점 커진다. 나중에는 둥근 점들이 서로 만나면서 검은 면을 이루게
되기도 한다.

광택을 없애거나 골동으로 둔갑시키는 일
골동을 좋아하는 다인들은 역시 골동 찻잔을 즐겨 사용한다. 옛 것은 끓는 물에 잘 삶아서 사용하
면 된다. 하지만 일부 골동가게에서는 그릇의 오랜 때를 뺀다고 하여 옥시풀에 담그는 경우가 있
어 조심스럽다. 때로는 요즘에 만든 도자기를 골동으로 둔갑시킨 가짜도 있다. 유약의 광택을 없
애기 위하여 불산 원액에 물을 타서 농도를 낮게 한 용액에 담그거나 칠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불
산은 유리나 도자기 등 세라믹을 녹이는 특성이 있는 화공약품이다. 이것은 손에 닿으면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고, 휘발성으로 인하여 호흡 시에 코의 점막이나 폐를 녹여버릴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아무리 농도를 낮춘 불산 용액으로 광택을 죽이고, 다시 물에 세
척한 도자기라고 해도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무지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없어졌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광택을 줄여야만 한다면 금강사
를 고압으로 뿜어내어 도자기나 유리, 금속의 표면에 광택을 없애는 기계(Sand bluster)를 사용하
는 것이 무해하다고 하겠다.

중국 자사요 다기
요즘 우리 나라에 중국의 의흥(이싱) 지방에서 생산하는 자사요 다기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이러
한 다기들은 유약이 없이 흙 자체만으로도 1200도 정도에서 자기화가 이루어지는 독특한 것이다.
유약이 없는 대신에 소뿔로 만든 도구와 가죽을 이용하여 표면을 문질러서 곱게 마무리를 한다.
태토는 철분을 많이 함유한 자연상태의 흙을 파서 이를 다시 노천에 쌓아놓은 후에 풍화작용을
몇 년을 두고 오래 묵힐수록 좋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미세한 입자로 된 흙으로 만든 다기
에서는 미네랄이 나온다고도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좋은 흙이 귀하다 보니 과학적 성분 분석을
통하여 새롭게 조합한 흙으로 만들기 때문에 의흥 이외의 지역에서도 만들게 되었다. 따라서 갈색
이나 자주색 위주에서 벗어나 녹색, 노란색, 청색, 검은색 등 아주 다양해 졌다. 이는 기본 흙에
철, 망간, 크롬, 코발트 등의 색 안료를 섞은 것으로 표면에 투명 유약이 덮여지면 무해하다고 하
겠지만 안료가 들어간 상태의 표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니 결코 무해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
다. 유약으로 색을 내는 경우에 들어가는 안료의 양과 흙 전체에 들어갈 경우와는 그 양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토 성분이 들어가 누런색을 띠는 다기들도 있다. 누런색 자체로는 아름답지 않기때문에
글씨나 그림을 새겨 넣는다. 또는 여러 가지 색깔의 흙을 반죽하여 대리석 무늬와 같은 문양의 연
리문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기들은 1200도에 굽는다해도 흙의 자기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흡수성을 띤다. 따라서 사용하면서 찻물이 배어 점차로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이러
한 다기들은 되도록 한가지의 차를 전문적으로 우려내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차의 향기가 배어 차 특유의 맛을 기대할 수가 없다. 즉 녹차나 청차 계통은 잘
익은 다기 (땡땡이)에, 보이차류는 덜 익은 다기 (퉁퉁이)에 우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시 다기
가 검게 변하는 것은 사용자가 알아야 할 일이다.

유약이나 크랙이 없는 의흥 다기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표면에 진한 찻물과 함께 손때가 묻는다.
다관을 사용하면서 습관적으로 옷소매나 바지에 문질러 길을 들이기도 한다. 때로는 광을 내기 위
한 솔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다기의 표면이 진한 색을 띠면서 반 광택의 아름다운 색깔
로 변하며 골동의 맛을 풍기게 된다. 골동 다기가 엄청난 가격으로 경매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 새로 만든 다기 중에는 더러운 걸레에 기름이나 왁스 등을 바르고 문질러서 일부
러 골동의 느낌을 준 것들이 있다. 이러한 다기를 사용하는 일은 결코 구력을 보이기는커녕 불유
쾌한 기분만 줄 것이므로 피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검은 색의 다기 중에는 연기를 먹여 구운 것(꺼먹이 구이)도 있는데 이러한 다기에서는 어
떤 물질의 탄 냄새가 나며 오래도록 냄새가 가시지 않는 것도 있다. 싸구려 제품에서 보이는 경우
이다.

라꾸 다완과 납 유약
16세기에 일본에서 개발된 라꾸 다완의 경우에는 풍로를 이용하여 한 개씩 굽는 것이다 유약은 80
0-900도에 녹는 저화도의 유약을 사용한다. 화도를 낮추기 위하여 사용하는 재료로 연단이나 연백
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납으로서 인체에 해로운 것이다. 한동안 우리 나라의 옹기에도 유약
의 용융점을 낮추고, 광택을 내기 위하여 연단을 사용하였지만 1970년대에 파문을 일으킨 이후로
는 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납 유약은 산성물질에 의하여 서서히 녹아 내리는 취약점이 있
으므로 김치 등을 보관하는 용기로는 마땅치 않은 것이다.

오래 전에 골동을 좋아하는 서양의 부유한 사람이 원인 모를 납중독에 걸려서 자세히 조사를 했더
니 그가 오랫동안 중국의 당삼채의 골동 잔을 애용했다는 단서가 나왔다. 당나라의 삼채가 바로
납을 주성분으로 만든 유약인데 여기에 산성인 쥬스를 담는 잔으로 애용했다는 것이 치명적이라
는 결론이 내려졌던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라꾸를 대대로 잇는 가문에서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납 유약을 사용한
다완과 잔을 만들고 있다. 저화도의 무연 유약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통을 고수
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그대로 납 유약을 쓴다고 했다. 하기야 차는 알칼리 음료인 동시에
오랫동안 담아두는 용기도 아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범한 다인도 있지만 상식적
으로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라 하겠다.

현대의 도예가들이 사용하는 라꾸 유약에는 납을 넣지 않고 자연산의 저화도 재료인 콜마나이트
(Colemanite)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무연 프리트(Frit) 유약을 사용한다. 미국의 저화도 유약의 대
표적인 회사 던컨(Duncan)에서 생산하는 유약은 원색의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연유약으
로 개발되어 FDA의 공인을 받았다. 투명유 역시 전혀 인체에 해롭지 않으므로 이를 사용한 라꾸
용기에 의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800-1000도 이하로 굽는 라꾸 용기는 흡수성이 있으며 내구성
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에 열전도율이 낮아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에도 손에 느껴지는 온
도가 낮아 안전한 동시에 찻물의 온도가 오래도록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추운 겨울날에 라꾸 찻
잔을 오래도록 감싸쥐고 따사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이유라고 하겠다.

장작가마로 구운 도자기
장작가마로 구운 다기 중에 신라토기와 같은 무유의 그릇은 오랫동안 구우면서 재가 날아가 자연
유를 만든 것으로 완성이 되어도 표면이 거칠다. 재가 많이 묻은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있고, 마
지막에 날아간 재가 그대로 붙어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생활용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
포질을 거쳐야 하나 그래도 유약을 바른 것처럼 매끈하지는 않다. 이러한 다기들은 오랫동안 사용
하면서 길이 잘 들면 색상도 진하게 되고 표면이 매끈하게 변한다. 입맛이 섬세한 다인들의 이야
기로는 장작가마로 구운 다기가 물맛이나 차 맛이 더욱 좋다고 한다. 더욱이 장작가마에 여러번
구운 것은 더 좋다고도 한다. 구증구포의 차가 맛있고, 아홉 번 구운 소금의 약효가 더욱 좋다는
이야기와 상통하는지도 모르겠다.

깨진 도자기의 수리
애용하던 다기에 금이 가거나 약간의 쪽이 떨어지는 등의 손상을 입으면 버릴 수도 없고, 그대로
사용하자니 볼썽사나워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 일어난다. 우리 나라의 정서로는 예로부터 깨진
그릇은 물론 이빨 나간 그릇을 사용하면 재수가 없다거나 그것을 모르고 손님에게 내어놓으면 실
례로 여기는 관습이 있다. 아마도 깨진 그릇을 그토록 터부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 나라뿐
이 아닌가 한다. 아직까지도 비싼 골동 도자기가 아닌 이상, 생활 용기를 수리해서 사용한다는 일
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일본의 문화재로 지정된 다완들은 역시 세월을 말해주듯 깨진 곳을
수리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처럼 일본에서는 도자기 수리의 역사가 길다. 심지어 옛 가마터
에서 수집한 서로 다른 도자기 파편들을 모아 붙여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도자기들이 상당히 비싸
게 거래되고 있음을 본다. 더 나아가 깨진 그릇을 고치는 방법만을 엮은 단행본이 나와 있을 정도
로 도자기를 때워 쓰는 일은 일반적인 일이다.

옛날에는 주로 옻(칠기에 사용하는 옻칠)으로 때운 후에 금분(진짜 금)을 입혔지만 요즘엔 접착제
가 발달되어서 누구라도 손쉽게 수리할 수 있다. 도자기에 실금이 갔거나 혹은 깨어진 조각이 완
전할 때에는 간단하게 순간접착제를 사용하여 테이프를 붙인다거나 고무줄로 매어놓아 굳힌다.
그리고 약간의 쪽이 떨어져 나갔을 경우에는 에폭시에 마른 흙이나 돌가루, 금속 가루 등을 넣어
섞은 것으로 메운다. 접착한 부분의 색깔이 흉할 때에는 접착제가 마르기 전에 금분(비용이 부담
스러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판매되면서 금분으로 불리는 놋쇠, 즉 신주 가루를 사용한다)를 묻히
면 오히려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게 된다. 이렇게 에폭시로 수리한 다기의 위생성을
깊이 따진다면 이것도 결코 완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해롭다고 할 수도 없다. 정
이 많이 가는 다기라면 옻이나 에폭시로 때운 표면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사용한다면 금상첨화인
것은 물론이다. 다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예술적 감성을 가지고 본다면 오히려 멋진 다기로 가슴속
에 파고들 수도 있을 것이다.

박순관(도예가, 서울 차인회 회원)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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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회화·조각·공예·사진·서예 등 조형예술물 또는 벽화·분수대·상징탑 등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환경조형물이 미술장식이라는 이름으로 도..
전쟁이 고려청자의 운명 바꿨다.
[도자기를 쥔 자 세상을 얻으리라 ①] 청자로 가는 길 가을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인데요, 올 가을은 '주제가 있는 여행'은 어떨까요? 도자기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자기는 우리..
그들은 왜 청자에 빠졌을까?
고려 첫 귀족인 문벌귀족의 도자기, 비색청자 고진숙 (hangval) 청자 우리나라 박물관은 가까운 곳에 많이 있습니다. 국립, 도립, 시립 박물관을 비롯해 개인소유박물관까지. 각 박물관마다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는데..
칼의 노래, 상감청자
 무신정권의 도자기,상감청자 (도자기로 보는 역사 그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시 무늬의 시대로 비색청자가 아름다움을 뽐낼 무렵, 새로운 청자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이 청자는 비색청자에 없던 무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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